기억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은 기억을 단계라는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에 따르면 정보가 감각 기억 단계로 들어오고, 단기 기억으로 이동한 후, 장 기 기억에 저장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장기 기억에 저장되는 것은 아니며, 각각의 단계에서 특정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은 정보는 유실되기도 한다. 단기 기억은 그 용량이 매우 제한된다고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기억의 용량 이 얼마인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만큼 장기 기억에는 많은 정보가 저장될 수 있으 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기 기억에 저장되었던 정보 중 일부가 유실될 수도 있다.
감각 기억
감각 기억은 감각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감각 기억에 들어온 감각 정보에 주의가 주어지지 않거나 후속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보는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감각 기억의 일종인 영상 기억은 4분의 1초 동안 감각 기억으로 머무른다. 소리 도 감각 기억에 잠시 머무르게 되는데, 이를 잔향 기억이라고 한다.
잔향 기억은 영상 기억보다 다소 오랫동안, 즉 약 3초에서 4초 정도 유지된다. 잔향 기억이 영상 기억보다 오랫동안 유지되는 덕분에 우리는 긴 문장을 어려움 없이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긴 문장을 말할 때 문장의 처음과 마지막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긴 문장의 처음 부분에 대한 기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기억
감각 기억으로 들어간 대부분의 정보는 소실되지만 우리가 주의를 준 기억은 후 속 처리를 위해 단기 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단기 기억은 소량의 정보가 수초 이 상에서 1분 미만으로 유지되는 기억의 단계이다. 시간과 용량이라는 면에서 제한이 큰 기억이다.
단기 기억에 머무르는 정보는 영구적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기억 에 대한 부가적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잠시 보관되는 것이다.
보관된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해석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하는 과정을 작업 기억이라고 하는데, 이 작업 기억은 기억의 저장고라기보다는 정보 처리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단기 기억에 들어간 정보도 반복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급격하게 기억으로 부터 사라진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듣고 외워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외워야 하는 이메일 주소에 주의를 줘서 이메일 주소 정보가 감각 기억에서 단기 기억 단계로 들어왔다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이메일을 되뇌이는 등의 반복 처리 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이메일 정보는 금세 사라질 것이다.
단기 기억은 시간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보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적 측면에서 도 매우 제한적인 기억이다. 기억을 주로 연구한 조지 밀러는 단기 기억에서 약 7비 트의 정보(7±2)를 저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입증하는 다양한 실험을 실시 하였다.
밀러의 마법의 숫자 7은 단기 기억 용량이 매우 제한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의 단기 기억이 단지 7비트의 정보만을 소화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어 떻게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일까?
단기 기억의 감퇴
1959년 로이드 피터슨과 마가렛 피터슨(Peterson, L R & Peterson, M. J)은 반복 처리되지 않은 정보가 인간의 단기 기억 에 머무는 시간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실험 참 가자들에게 CHJ, HILM과 같은 자음 문자열을 기억하도록 지시하 였다. 또 각 문자열을 보여준 뒤 실험 참가자들에게 주의를 분산 시키는 과업을 진행하였고, 결과적으로 실험 참가자들은 학습한 정보를 반복 처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자음 문자열에 대한 기억은 3초 지연 후에는 70% 정도, 20초 지연 후에는 10% 미만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반복 처리되 지 않은 정보가 약 18초 정도 지나면 단기 기억에서 거의 사라지 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 기억
단기 기억에서 적절하게 처리된 정보는 이제 기억이 며칠, 몇 달, 몇 년이고 유지 될 수 있는 장기 기억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장기 기억이 보유할 수 있는 용량은 매우 커서 용량상의 제한이 없을 정도이다.
장기 기억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정보는 서로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범 주와 범주 간의 관계라는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즉 장기 기억은 서로 공통된 특징 을 갖는 연관된 기억들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범주들을 스키마(Schema)라고 한다. 스키마는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의 패턴으로,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적절하게 조직하고 기억 하는데 도움을 준다.